[언론에 비친 츄츄] 재능 품앗이 덕 춤 배우고, 부엌 공유 덕 집밥 먹어요

[한국일보=허경주 기자] “춤이 아니라 논다고 생각하세요. 팔에 힘 빼고 이렇게, 원 투 쓰리 포!”

서울 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4도로 내려간 지난달 28일 저녁. 동작구 사당동의 10평 남짓한 지하 연습실에 롯데정보통신 사내 댄스 동호회 소속 남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이들이 최수연(29) 튜터(강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돌그룹 엑소의 ‘코코밥’ 안무를 시작하자 연습실 내부는 어느덧 냉기 대신 열기로 가득찼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며 어색하던 수강생들의 춤은 세 시간 수업이 끝날 무렵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과 동작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수강생들이 춤을 배운 곳은 ‘학원’이 아니다. 이들은 한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여러 댄스 강사들이 올려둔 강의 소개와 스케줄을 확인한 뒤 강좌를 선택했고, 최씨는 연습실을 빌려 수업을 했다. 수강생 홍수현(28)씨는 “후기가 좋은 강사라 선택했다”며 “예전에 다닌 댄스학원은 1시간 수업 중 30~40분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기본 기술을 연습하느라 정작 안무를 배우는 시간은 20분밖에 안됐는데 재능공유 수업은 하루에 안무 하나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나 대학 축제 등이 몰린 시즌에는 수강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가 재능공유를 시작한 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업을 들은 사람은 2,800명을 넘는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공유경제는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살면서 소유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택시는 우버(차량 공유), 숙박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출근은 업워크(일자리 공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전 세계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14곳 중 5개가 공유경제 관련 업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2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가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공유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나 차량을 넘어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1인 가구끼리 부엌ㆍ거실 공유

함께 요리를 하고 한 공간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불리려는 목적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행위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혼밥(혼자 먹는 밥)보다 함께 만들어 먹는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공유 부엌’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옥탑방. 23㎡(7평) 남짓한 방의 한 켠에는 프라이팬, 냄비 등 각종 취사도구와 조미료, 아기자기한 그릇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6~8명가량 앉을 수 있는 나무 식탁이 마련돼 있다. 공유부엌 업체 ‘진구네 식탁’이다. 이곳에는 고시원 등에 살고 있어 음식을 해먹을 공간이 부족한 사람,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싶은 사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간혹 업체에서 SNS를 통해 일정을 공지해 모임을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부터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청년수당을 받는 취업준비생 10여 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1만원선. 이지수(25) 진구네 식탁 대표는 “대학 진학 후 서울에 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먹을 때의 외로움과 영양이 떨어지는 식단이었다”며 “부엌 공유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넘어 자취생이나 취업준비생, 회사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푸드 테라피’”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옥탑방을 개조해 만든 공유부엌 '진구네식탁'에서 사람들이 소셜 다이닝 모임을 열고 요리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진구네식탁 제공

거실도 공유 대상이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소형주택의 비중이 커지면서 거실을 보유한 사람이 점차 줄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89㎡(27평) 크기의 청춘여가연구소 ‘공유 거실’에는 가드닝, 자수책갈피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1만~3만원 수준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어 인근 지역의 2030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장인 장주인(38)씨는 “일상에 지쳐 있었는데 공유 거실에서 직업도 나이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은빈(39) 청춘여가연구소 대표는 “1인 가구 중엔 경제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아 거실이 있는 삶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거실을 빌려 쓰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하고 타인과 새로운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게 공유 거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하는 시간에 장소를 빌려 조용히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유 서재’,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과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빌리는 ‘공유 옷장’ 등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70여개 도시에서 3,000여개 이상의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3직장인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춘여가연구소의 '공유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행사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청춘여가연구소 제공

◇시간ㆍ재능 등 무형 자원도 공유

공간이나 물건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지식, 재능, 경험 등 무형 자원도 공유 대상이 된다.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종의 ‘재능 품앗이’다. 몇 해 전부터는 재능 있는 개인과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공유 업체가 속속 생겨 접근성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 서보영(24)씨도 지난해 말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메이크업 수업을 신청했다. 그가 신촌의 한 스터디룸에서 튜터와 만나 스킨케어부터 피부를 깔끔하게 표현하는 법, 눈 모양에 맞는 아이 메이크업 등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소요 비용은 4만원이었다. 서씨는 “얼굴의 절반에 튜터가 시범을 보여주면 나머지 절반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면접 때마다 5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전문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자신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직접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는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긴 망설여지던 분야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능공유의 장점 중 하나다. 실제 플랫폼에 댄스 강좌를 개설한 최씨의 ‘원데이(하루)’ 클래스 수강료는 3시간에 3만4,500원, 시간당 1만1,500원꼴이다. 인근 지역 댄스 아카데미의 한달 수강료(주 2회 기준)가 15만~18만원가량으로 시간당 2만~2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재능공유 강사 정민우(오른쪽 두번째)씨가 2일 서울 서초구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씨의 강좌는 오투잡 등 재능공유 플랫폼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등에도 소개돼 있어 한국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다. 허경주 기자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섯 차례 수강한 이송현(27)씨는 “학원은 한 번 수강할 때마다 큰 돈이 빠져나가고 최소 한 달은 다녀야 하는데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하면 원하는 강의만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데다 시간과 장소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숙박 공유 플랫폼도 재능공유 강사들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서초구의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일일 강좌를 수강한 싱가포르 관광객 민 취안씨는 “한국 여행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됐다”며 “(그림이)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지만 강사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 학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생사진 찍는 법 △특정 게임 레벨 올리는 법 △소맥 맛있게 만드는 법도 재능공유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의 김민규 실장은 “판매자(튜터)는 중간마진 없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수강생은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능공유의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재능공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은 지난 한 해에만 거래액이 600%, 튜터 수가 150%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튜터 수는 1만5,000명, 수강생은 10만명에 이른다. 김윤환 탈잉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로 퇴근 후 여유 시간이 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과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 재능공유 시장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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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허경주 기자] “춤이 아니라 논다고 생각하세요. 팔에 힘 빼고 이렇게, 원 투 쓰리 포!”

서울 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4도로 내려간 지난달 28일 저녁. 동작구 사당동의 10평 남짓한 지하 연습실에 롯데정보통신 사내 댄스 동호회 소속 남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이들이 최수연(29) 튜터(강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돌그룹 엑소의 ‘코코밥’ 안무를 시작하자 연습실 내부는 어느덧 냉기 대신 열기로 가득찼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며 어색하던 수강생들의 춤은 세 시간 수업이 끝날 무렵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과 동작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수강생들이 춤을 배운 곳은 ‘학원’이 아니다. 이들은 한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여러 댄스 강사들이 올려둔 강의 소개와 스케줄을 확인한 뒤 강좌를 선택했고, 최씨는 연습실을 빌려 수업을 했다. 수강생 홍수현(28)씨는 “후기가 좋은 강사라 선택했다”며 “예전에 다닌 댄스학원은 1시간 수업 중 30~40분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기본 기술을 연습하느라 정작 안무를 배우는 시간은 20분밖에 안됐는데 재능공유 수업은 하루에 안무 하나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나 대학 축제 등이 몰린 시즌에는 수강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가 재능공유를 시작한 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업을 들은 사람은 2,800명을 넘는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공유경제는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살면서 소유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택시는 우버(차량 공유), 숙박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출근은 업워크(일자리 공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전 세계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14곳 중 5개가 공유경제 관련 업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2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가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공유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나 차량을 넘어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1인 가구끼리 부엌ㆍ거실 공유

함께 요리를 하고 한 공간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불리려는 목적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행위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혼밥(혼자 먹는 밥)보다 함께 만들어 먹는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공유 부엌’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옥탑방. 23㎡(7평) 남짓한 방의 한 켠에는 프라이팬, 냄비 등 각종 취사도구와 조미료, 아기자기한 그릇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6~8명가량 앉을 수 있는 나무 식탁이 마련돼 있다. 공유부엌 업체 ‘진구네 식탁’이다. 이곳에는 고시원 등에 살고 있어 음식을 해먹을 공간이 부족한 사람,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싶은 사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간혹 업체에서 SNS를 통해 일정을 공지해 모임을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부터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청년수당을 받는 취업준비생 10여 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1만원선. 이지수(25) 진구네 식탁 대표는 “대학 진학 후 서울에 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먹을 때의 외로움과 영양이 떨어지는 식단이었다”며 “부엌 공유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넘어 자취생이나 취업준비생, 회사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푸드 테라피’”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옥탑방을 개조해 만든 공유부엌 '진구네식탁'에서 사람들이 소셜 다이닝 모임을 열고 요리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진구네식탁 제공

거실도 공유 대상이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소형주택의 비중이 커지면서 거실을 보유한 사람이 점차 줄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89㎡(27평) 크기의 청춘여가연구소 ‘공유 거실’에는 가드닝, 자수책갈피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1만~3만원 수준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어 인근 지역의 2030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장인 장주인(38)씨는 “일상에 지쳐 있었는데 공유 거실에서 직업도 나이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은빈(39) 청춘여가연구소 대표는 “1인 가구 중엔 경제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아 거실이 있는 삶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거실을 빌려 쓰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하고 타인과 새로운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게 공유 거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하는 시간에 장소를 빌려 조용히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유 서재’,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과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빌리는 ‘공유 옷장’ 등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70여개 도시에서 3,000여개 이상의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3직장인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춘여가연구소의 '공유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행사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청춘여가연구소 제공

◇시간ㆍ재능 등 무형 자원도 공유

공간이나 물건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지식, 재능, 경험 등 무형 자원도 공유 대상이 된다.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종의 ‘재능 품앗이’다. 몇 해 전부터는 재능 있는 개인과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공유 업체가 속속 생겨 접근성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 서보영(24)씨도 지난해 말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메이크업 수업을 신청했다. 그가 신촌의 한 스터디룸에서 튜터와 만나 스킨케어부터 피부를 깔끔하게 표현하는 법, 눈 모양에 맞는 아이 메이크업 등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소요 비용은 4만원이었다. 서씨는 “얼굴의 절반에 튜터가 시범을 보여주면 나머지 절반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면접 때마다 5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전문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자신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직접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는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긴 망설여지던 분야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능공유의 장점 중 하나다. 실제 플랫폼에 댄스 강좌를 개설한 최씨의 ‘원데이(하루)’ 클래스 수강료는 3시간에 3만4,500원, 시간당 1만1,500원꼴이다. 인근 지역 댄스 아카데미의 한달 수강료(주 2회 기준)가 15만~18만원가량으로 시간당 2만~2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재능공유 강사 정민우(오른쪽 두번째)씨가 2일 서울 서초구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씨의 강좌는 오투잡 등 재능공유 플랫폼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등에도 소개돼 있어 한국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다. 허경주 기자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섯 차례 수강한 이송현(27)씨는 “학원은 한 번 수강할 때마다 큰 돈이 빠져나가고 최소 한 달은 다녀야 하는데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하면 원하는 강의만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데다 시간과 장소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숙박 공유 플랫폼도 재능공유 강사들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서초구의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일일 강좌를 수강한 싱가포르 관광객 민 취안씨는 “한국 여행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됐다”며 “(그림이)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지만 강사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 학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생사진 찍는 법 △특정 게임 레벨 올리는 법 △소맥 맛있게 만드는 법도 재능공유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의 김민규 실장은 “판매자(튜터)는 중간마진 없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수강생은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능공유의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재능공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은 지난 한 해에만 거래액이 600%, 튜터 수가 150%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튜터 수는 1만5,000명, 수강생은 10만명에 이른다. 김윤환 탈잉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로 퇴근 후 여유 시간이 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과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 재능공유 시장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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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츄츄] 재능 품앗이 덕 춤 배우고, 부엌 공유 덕 집밥 먹어요

[한국일보=허경주 기자] “춤이 아니라 논다고 생각하세요. 팔에 힘 빼고 이렇게, 원 투 쓰리 포!”

서울 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4도로 내려간 지난달 28일 저녁. 동작구 사당동의 10평 남짓한 지하 연습실에 롯데정보통신 사내 댄스 동호회 소속 남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이들이 최수연(29) 튜터(강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돌그룹 엑소의 ‘코코밥’ 안무를 시작하자 연습실 내부는 어느덧 냉기 대신 열기로 가득찼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며 어색하던 수강생들의 춤은 세 시간 수업이 끝날 무렵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과 동작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수강생들이 춤을 배운 곳은 ‘학원’이 아니다. 이들은 한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여러 댄스 강사들이 올려둔 강의 소개와 스케줄을 확인한 뒤 강좌를 선택했고, 최씨는 연습실을 빌려 수업을 했다. 수강생 홍수현(28)씨는 “후기가 좋은 강사라 선택했다”며 “예전에 다닌 댄스학원은 1시간 수업 중 30~40분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기본 기술을 연습하느라 정작 안무를 배우는 시간은 20분밖에 안됐는데 재능공유 수업은 하루에 안무 하나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나 대학 축제 등이 몰린 시즌에는 수강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가 재능공유를 시작한 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업을 들은 사람은 2,800명을 넘는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공유경제는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살면서 소유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택시는 우버(차량 공유), 숙박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출근은 업워크(일자리 공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전 세계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14곳 중 5개가 공유경제 관련 업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2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가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공유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나 차량을 넘어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1인 가구끼리 부엌ㆍ거실 공유

함께 요리를 하고 한 공간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불리려는 목적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행위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혼밥(혼자 먹는 밥)보다 함께 만들어 먹는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공유 부엌’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옥탑방. 23㎡(7평) 남짓한 방의 한 켠에는 프라이팬, 냄비 등 각종 취사도구와 조미료, 아기자기한 그릇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6~8명가량 앉을 수 있는 나무 식탁이 마련돼 있다. 공유부엌 업체 ‘진구네 식탁’이다. 이곳에는 고시원 등에 살고 있어 음식을 해먹을 공간이 부족한 사람,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싶은 사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간혹 업체에서 SNS를 통해 일정을 공지해 모임을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부터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청년수당을 받는 취업준비생 10여 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1만원선. 이지수(25) 진구네 식탁 대표는 “대학 진학 후 서울에 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먹을 때의 외로움과 영양이 떨어지는 식단이었다”며 “부엌 공유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넘어 자취생이나 취업준비생, 회사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푸드 테라피’”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옥탑방을 개조해 만든 공유부엌 '진구네식탁'에서 사람들이 소셜 다이닝 모임을 열고 요리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진구네식탁 제공

거실도 공유 대상이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소형주택의 비중이 커지면서 거실을 보유한 사람이 점차 줄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89㎡(27평) 크기의 청춘여가연구소 ‘공유 거실’에는 가드닝, 자수책갈피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1만~3만원 수준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어 인근 지역의 2030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장인 장주인(38)씨는 “일상에 지쳐 있었는데 공유 거실에서 직업도 나이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은빈(39) 청춘여가연구소 대표는 “1인 가구 중엔 경제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아 거실이 있는 삶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거실을 빌려 쓰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하고 타인과 새로운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게 공유 거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하는 시간에 장소를 빌려 조용히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유 서재’,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과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빌리는 ‘공유 옷장’ 등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70여개 도시에서 3,000여개 이상의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3직장인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춘여가연구소의 '공유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행사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청춘여가연구소 제공

◇시간ㆍ재능 등 무형 자원도 공유

공간이나 물건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지식, 재능, 경험 등 무형 자원도 공유 대상이 된다.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종의 ‘재능 품앗이’다. 몇 해 전부터는 재능 있는 개인과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공유 업체가 속속 생겨 접근성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 서보영(24)씨도 지난해 말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메이크업 수업을 신청했다. 그가 신촌의 한 스터디룸에서 튜터와 만나 스킨케어부터 피부를 깔끔하게 표현하는 법, 눈 모양에 맞는 아이 메이크업 등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소요 비용은 4만원이었다. 서씨는 “얼굴의 절반에 튜터가 시범을 보여주면 나머지 절반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면접 때마다 5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전문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자신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직접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는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긴 망설여지던 분야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능공유의 장점 중 하나다. 실제 플랫폼에 댄스 강좌를 개설한 최씨의 ‘원데이(하루)’ 클래스 수강료는 3시간에 3만4,500원, 시간당 1만1,500원꼴이다. 인근 지역 댄스 아카데미의 한달 수강료(주 2회 기준)가 15만~18만원가량으로 시간당 2만~2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재능공유 강사 정민우(오른쪽 두번째)씨가 2일 서울 서초구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씨의 강좌는 오투잡 등 재능공유 플랫폼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등에도 소개돼 있어 한국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다. 허경주 기자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섯 차례 수강한 이송현(27)씨는 “학원은 한 번 수강할 때마다 큰 돈이 빠져나가고 최소 한 달은 다녀야 하는데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하면 원하는 강의만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데다 시간과 장소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숙박 공유 플랫폼도 재능공유 강사들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서초구의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일일 강좌를 수강한 싱가포르 관광객 민 취안씨는 “한국 여행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됐다”며 “(그림이)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지만 강사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 학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생사진 찍는 법 △특정 게임 레벨 올리는 법 △소맥 맛있게 만드는 법도 재능공유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의 김민규 실장은 “판매자(튜터)는 중간마진 없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수강생은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능공유의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재능공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은 지난 한 해에만 거래액이 600%, 튜터 수가 150%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튜터 수는 1만5,000명, 수강생은 10만명에 이른다. 김윤환 탈잉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로 퇴근 후 여유 시간이 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과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 재능공유 시장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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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허경주 기자] “춤이 아니라 논다고 생각하세요. 팔에 힘 빼고 이렇게, 원 투 쓰리 포!”

서울 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4도로 내려간 지난달 28일 저녁. 동작구 사당동의 10평 남짓한 지하 연습실에 롯데정보통신 사내 댄스 동호회 소속 남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이들이 최수연(29) 튜터(강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돌그룹 엑소의 ‘코코밥’ 안무를 시작하자 연습실 내부는 어느덧 냉기 대신 열기로 가득찼다. 처음엔 엇박자를 내며 어색하던 수강생들의 춤은 세 시간 수업이 끝날 무렵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과 동작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수강생들이 춤을 배운 곳은 ‘학원’이 아니다. 이들은 한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여러 댄스 강사들이 올려둔 강의 소개와 스케줄을 확인한 뒤 강좌를 선택했고, 최씨는 연습실을 빌려 수업을 했다. 수강생 홍수현(28)씨는 “후기가 좋은 강사라 선택했다”며 “예전에 다닌 댄스학원은 1시간 수업 중 30~40분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기본 기술을 연습하느라 정작 안무를 배우는 시간은 20분밖에 안됐는데 재능공유 수업은 하루에 안무 하나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나 대학 축제 등이 몰린 시즌에는 수강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가 재능공유를 시작한 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업을 들은 사람은 2,800명을 넘는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공유경제는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살면서 소유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택시는 우버(차량 공유), 숙박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출근은 업워크(일자리 공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전 세계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14곳 중 5개가 공유경제 관련 업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2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가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공유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나 차량을 넘어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1인 가구끼리 부엌ㆍ거실 공유

함께 요리를 하고 한 공간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불리려는 목적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행위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혼밥(혼자 먹는 밥)보다 함께 만들어 먹는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공유 부엌’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옥탑방. 23㎡(7평) 남짓한 방의 한 켠에는 프라이팬, 냄비 등 각종 취사도구와 조미료, 아기자기한 그릇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6~8명가량 앉을 수 있는 나무 식탁이 마련돼 있다. 공유부엌 업체 ‘진구네 식탁’이다. 이곳에는 고시원 등에 살고 있어 음식을 해먹을 공간이 부족한 사람,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싶은 사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간혹 업체에서 SNS를 통해 일정을 공지해 모임을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부터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청년수당을 받는 취업준비생 10여 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1만원선. 이지수(25) 진구네 식탁 대표는 “대학 진학 후 서울에 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먹을 때의 외로움과 영양이 떨어지는 식단이었다”며 “부엌 공유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넘어 자취생이나 취업준비생, 회사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푸드 테라피’”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옥탑방을 개조해 만든 공유부엌 '진구네식탁'에서 사람들이 소셜 다이닝 모임을 열고 요리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진구네식탁 제공

거실도 공유 대상이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소형주택의 비중이 커지면서 거실을 보유한 사람이 점차 줄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89㎡(27평) 크기의 청춘여가연구소 ‘공유 거실’에는 가드닝, 자수책갈피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1만~3만원 수준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어 인근 지역의 2030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장인 장주인(38)씨는 “일상에 지쳐 있었는데 공유 거실에서 직업도 나이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은빈(39) 청춘여가연구소 대표는 “1인 가구 중엔 경제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아 거실이 있는 삶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거실을 빌려 쓰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생활을 하고 타인과 새로운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게 공유 거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하는 시간에 장소를 빌려 조용히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유 서재’,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과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빌리는 ‘공유 옷장’ 등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70여개 도시에서 3,000여개 이상의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3직장인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춘여가연구소의 '공유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나 각종 문화행사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청춘여가연구소 제공

◇시간ㆍ재능 등 무형 자원도 공유

공간이나 물건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지식, 재능, 경험 등 무형 자원도 공유 대상이 된다.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종의 ‘재능 품앗이’다. 몇 해 전부터는 재능 있는 개인과 수강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공유 업체가 속속 생겨 접근성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 서보영(24)씨도 지난해 말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메이크업 수업을 신청했다. 그가 신촌의 한 스터디룸에서 튜터와 만나 스킨케어부터 피부를 깔끔하게 표현하는 법, 눈 모양에 맞는 아이 메이크업 등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소요 비용은 4만원이었다. 서씨는 “얼굴의 절반에 튜터가 시범을 보여주면 나머지 절반에 직접 메이크업을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면접 때마다 5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전문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자신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직접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는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긴 망설여지던 분야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능공유의 장점 중 하나다. 실제 플랫폼에 댄스 강좌를 개설한 최씨의 ‘원데이(하루)’ 클래스 수강료는 3시간에 3만4,500원, 시간당 1만1,500원꼴이다. 인근 지역 댄스 아카데미의 한달 수강료(주 2회 기준)가 15만~18만원가량으로 시간당 2만~2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재능공유 강사 정민우(오른쪽 두번째)씨가 2일 서울 서초구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씨의 강좌는 오투잡 등 재능공유 플랫폼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등에도 소개돼 있어 한국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다. 허경주 기자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섯 차례 수강한 이송현(27)씨는 “학원은 한 번 수강할 때마다 큰 돈이 빠져나가고 최소 한 달은 다녀야 하는데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하면 원하는 강의만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데다 시간과 장소도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숙박 공유 플랫폼도 재능공유 강사들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서초구의 드로잉클럽 스튜디오에서 일일 강좌를 수강한 싱가포르 관광객 민 취안씨는 “한국 여행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됐다”며 “(그림이)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지만 강사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 학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생사진 찍는 법 △특정 게임 레벨 올리는 법 △소맥 맛있게 만드는 법도 재능공유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의 김민규 실장은 “판매자(튜터)는 중간마진 없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수강생은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능공유의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재능공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은 지난 한 해에만 거래액이 600%, 튜터 수가 150%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튜터 수는 1만5,000명, 수강생은 10만명에 이른다. 김윤환 탈잉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로 퇴근 후 여유 시간이 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과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 재능공유 시장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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